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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녀로 거듭나는 하루하루

마무리.


금요일이니까 느지막한 출근.
시기가 시기인만큼, 수업은 놓은지 오래고,
그동안 숨겨왔던 fringe를 함께 보고,
어수선한 수다와 장난 속에 건낸 약식 작별인사.

한 학기동안 즐거웠다, 수고했다.
앞으로는 열심히 좀 해라.

아무 말도 준비하지 않았고, 심지어 나의 내일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저런 말을 꺼내려니
일단은 미안하고,
이런 환경에 나조차도 서운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심한 그들.


한 학기동안 나 혼자서는 정이 많이 들었던 이과반.
역시 지학실에 모여서
서둘러 건낸 가벼운 격려의 말.
정말 애착이 많이 갔는데, 그만큼 표현하지 못해서 더욱더 마음아파지는 이과반 학생들.

잠시나마 함께 웃고, 찡그리고, 때로는 무심했던 시간들을
그들은 기억이나 할까.

나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시작인데,
정작 그들에게 나는 금방 잊혀질 것 같아 서글퍼지면서도,
잊혀진 내 자리를 당찬 희망으로 채워나가기를 기도해본다.


하루하루가 지루하게도 느껴졌지만,
지금 그 시간을 되돌아보니
나에게는 행복했던 에피소드만 한 보따리 쥐어져있다.


작은 교실은
그 어떤 공간보다 벅찬 감정을 안겨준다.

 즐겁고, 마음아프고, 서럽고, 뿌듯하고, 화나고, 행복한,
아직도 생생한 감정이 그대로 담겨있는 그 곳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나는 더 행복해 질 것 같다.


난 너무 좋았다.
그래서 벌써 그립다.


그러고보니 오늘 일찍 퇴근하는게 어색해서 쇼핑을 좀 했는데,
완전 미쳤다.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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